
회식 메뉴를 정하는 일은 험난하다. 고기를 원하는 팀원, 매운 것을 피하는 팀원, 최근 다이어트를 선언한 팀원.
취향이 제각각이라, 최종 선택은 언제나 "다들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진짜 뜻을 해독하는 심리전이 된다.
결국 고깃집이 안전한 평균값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술자리에 앉으면 또 다른 질문이 던져진다.
건배는 내가 리드해야 하나, 2차는 가야 하나.
팀장의 자리는 늘 '적당히' 를 재는 저울 위에 있다.
너무 주도하면 부담이 되고, 너무 수동이면 무심해 보인다. 그래서 대화 소재도 조심스럽다.
젊은 팀원들의 관심사를 끌어내려 애쓰지만, 내 유행 감각이 이미 한물 갔다는 사실을 술잔 너머로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취기가 오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젊은 생각에 공감하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입에서 흘러나오는 건 "우리 때는…"으로 시작하는 익숙한 잔소리들이다.
정확히 예전 내가 듣기 싫어하던 그 말투, 그 내용이다. 선배들의 유전자가 술잔과 함께 내 안에 배어 있었다.
회식이 끝나고 택시에 기대면,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선배가 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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