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상관없는, 남들에게만 일어나는 사건인 줄 알았는데 .. "누구에게나 예외는
없다"라는 생각에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름 유럽여행 경험이 많은 친구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물품으로 몸과 한몸이 될수
있는 작은 가방을 준비하라고 했었는데..
그런건 초보자들이나 준비하는 촌스러운 물품으로 여기고 예전 여행때 처럼 큼직한
백팩을 둘러매고 자신만만하게 여행을 나선다.
[사건발생]
(벨기에 뷔리셀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가는 1등급 기차안,
여행용 케리어는 머리위 선반에 올려두고 백팩은 무릎위에 올려 양팔로
꼭 움켜쥔 채 숙면 중 )
벨기에 여행의 피로한 탓에 기차 탑승 후 2시간여를 꾸벅꾸벅 졸면서 비몽사몽 하는
가운데 중간 정차역에 기차가 멈춰진 걸 확인, "노틀담 역이구나,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생각하는 사이 누군가 어깨를 툭툭 친다.
내 머리 위 선반에 올려진 캐리어를 가르키며 무언가 이상이 있다고 얘기하는 거 같음.
일어나 선반에 있는 캐리어를 보니 무언가 여기저기 묻어 있는 듯 해 캐리어를 내려 확인
해 봐야지 하는 사이 아까 내 어깨를 툭툭 치던 사람이 친절하게 캐리어를 내려준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캐리어에 묻은 걸 보니 치약이 여기저기 많이 묻어 있는걸 확인..
' 어? 이게 왜 묻어있지? 캐리어를 올릴때 선반에 치약이 있었고 가방무게 때문에
치약이 터지면서 캐리어 여기저기에 묻은건가?
어쨋든 캐리어에 묻은 치약을 닦아내는 데 열중한 나머지 내 자리에 있던 백팩이 도난
당하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함. 휴지가 모자라 화장실로 가는사이 내 어깨를 치던
친절한(?) 사람이 어디서 휴지를 구해와서 내게 건네주는게 아닌가? 다시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나머지 치약을 닦아내는 사이 기차는 출발...
꼼꼼하게 치약을 제거하고 캐리어를 다시 원래위치로 올리고 난뒤 자리에 앉으면서
느껴지는 공허함
'헐!!! 내 백팩이 왜 안 보이지?' 하는 생각과 ' 아!!! 당했구나' 라는 생각이 동시에 머리를
스치며 그 때부터 다리에 힘이 풀리고 앞이 막막하다는 느낌이 이런것이구나 느껴짐
백팩안에는 유레일패스(여행기간내내 자유롭게 기차를 탈수 있는), 지갑, 여권, 썬글라스,
기타 개인물품 등이 모두 들어 있었고 다행히 휴대폰은 바지 주머니에 있었고 휴대폰
케이스 뒷면에 신용카드를 한장 소지하고 있었음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유레일 패스가 없으니 다음역에서 내려야만 했다.
제일 중요한 여권..내일 모레 한국으로 출발인데...
네덜란드 한국대사관 당직자와 통화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바로 오는 일정이라 여권발급에 큰 문제는 없을거라는 얘기에
우선 안심, 내일 담당자와 통화하고 준비할것 챙겨서 대사관으로 오면 된다는 절차 알려줌
여행전 보험가입시 도난사고인 경우 사고보고서 같은 걸 받아야 한다는 게 생각남
역 내에 안내데스크에 가서 가방 분실에 대해 한참 얘기하다 단순 분실이 아닌
도난사건이라 경찰서에 가라고 한다.
역 내에 있는 경찰서에 가서 얘기를 하니 그곳에서는 레포트 같은건 안 해주니 내일
암스테르담 시내에 있는 큰 경찰서로 가라고 한다.
'그냥 해줄수 없는건가? 시간도 없는데..나 한국에 갈수 있으려나'
숙소가 암스테르담이라 기차표를 발급,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이동
역 나오는 곳에 Police 라는 푯말이 있길래 혹시나 여기는 중앙역이니 레포트라는 걸
작성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무작정 들어가 사정설명하니 기다리라고 하면서
도난에 관련된 사항을 엄청 자세하게 물어봄 (이때부터 번역기 등장)
약 2시간 정도 머물면서 최종적으로 Police Report 를 작성해 줌
전부 네덜란드어로 작성이 되어 있어 내용을 알수 없으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건이 일어난 경위, 도난물품, 친철한(?) 사람의 인상착의 등등이 기록.. 결국 내가
경찰과 인터뷰한 내용이 Reporting 된것
[한국을 오기위한 고국분투]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한국대사관으로 출발.
보통 대사관은 수도 내에 위치하는게 일반적이나 네덜란드는 특이하게 수도인 암스
테르담이 아닌 헤이그 라는 곳에 대사관이 위치함
예전 교과서에서 보던 헤이그 특사 활동을 기리는 의미있는 장소라나..
담당이 10시에 출근하니 통화 후 필요서류 확인 후 오라고 했지만 10시까지 대사관 도착.
한시라도 빨리 내손에 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생김
여권분실 경위서, 정보 동의서 등 여러가지 서류를 작성/제출하고 나니 여권용 사진과
발급비용을 달라고 한다.
' 어? 사진없는데..대사관에서 찍어준다고도 하던데..여긴 아닌가 보다.. '
대사관 직원은 익숙한 상황인 듯 사진관 위치를 알려주고 다녀오라고.. 사진만 제출하면
발급은 금방 된다고 함
다행이 다른 나라를 경유하는 일정없이 바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정이라 여권까지는
필요없고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면 되는 상황이라 처리 빠름
(여권 재발급일 경우 2~3일 정도 소요된다고 적혀있는 것 같았음)
혹시 증명서 발급이 지연되어 예약된 비행기 탑승을 못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과
걱정과는 달리 간단하게 마무리..
이제사 주변의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교과서에서 말고만 듣던 헤이그 특사에
대한 내용도 알아보고 이준열사 기념관도 방문하고....(아! 이건 여행기가 아닌데)
여권과 동일하게 생겼으니 여권과 동일한 기능을 할거라는 착각에 당당하게 전자인식
장치를 이용하는 순간 에러가 나면서 모든절차를 수동으로 진행
- 티켓을 발행할때도, 짐을 부칠때도, 출국심사를 할때도, 입국심사를 할때도
네덜란드 출국할때부터 한국에 입국할때 까지 공항관계자에게
"여권을 잃어버려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를 매번 반복해야만 했다.
[해외여행자 보험 보험금 청구]
해당 보험사에 전화하니 Police Report는 받았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서류와 안내사항을
E-mail 로 보내줌.
사고확인서를 또 작성하게 되고, 보험금 청구서에 휴대품에 대한 내용을 기재한다.
분실 휴대품 기재시 Police Report에 언급된 품목만 해당되며 구입시 영수증 또는
증빙서류가 있어야 하나 이도저도 없으면 인터넷에서 사진캡쳐해서 작성하면 됨
※ 단, 내가 가입한 보험은 품목당 최대보상액은 20만원..100만원 물건을 잃어버리더라도
20만원만 보상
나는 Police Report에 언급된 백팩가방, 지갑, 유레일패스, 현금(유로+원화), 썬글라스를
손해품목에 기재했으나 유레일패스, 현금은 제외 나머지도 사용년수 감안, 일정부분
보험금을 지급해준다. 그래도 이정도가 어디나며 자신을 위로하고 새로운 백팩가방과
지갑을 마련하기 위한 인터넷 쇼핑을 시작한다.
[해외여행시 도난사고 예방]
1.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 누구에게서 일어날수 있는 일로 인식할 것
2. 여행자 보험은 필수
3. 중요물품(여권, 지갑, 패스 등)을 보관하는 보조가방 준비, 몸과 일체화 시킬 것
4. 분실시 현지 경찰서 가서 Police Report 받아올 것
- 분실품목 작성시 빠뜨리는 것 없이 정확하게 기입
5. 여권분실시 대사관 근무시간 또는 익일 Open 하자마자 방문할 것 (사진 필수)
다행히 핸드폰과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어서 그나마 멘붕이었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둘 다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막막해 질듯 . . .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처음 가졌던 여행의 설렘과 기대, 즐거움이 돌아오는 시간까지 쭉 함께 하시길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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